250여 마리 대형견 계양산에 풀려 나돌아 다닐 위기

인천시와 계양구, 롯데가 책임 없다며 방임, 속수무책
"200여 마리 대형견의 주거공간 철거한 후 대책 없어"
18일 오전 12시30분 계양구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

[인천=엄평웅 기자] 1974년 故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사들였던 인천 계양산 지역의 개 농장이 해결되지 못한채 자발적으로 결성된 동물NGO '시민모임'이 자구책 마련에 나선다.

현지는 불법시설이기에 철거는 당연하지만, 정작 관할 계양구는 철거후 갈곳 없는 개에 대한 대책에는 소극적이란 여론이다.

계양구로부터 철거압박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농장주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채 당장 급수와 전기를 차단하고 대형견을 그대로 산에 방사하더라도 뜬장을 철거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이견을 낳고 있다.

앞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상속 대상자들이 신 명예회장 소유의 계양산에 있는 불법 개 농장에서 사육되는 개 230여 마리를 사들여 살리기로 했다.

그러나, 상속 대상자들이 사들인 개들에 대한 수용 방법은 계양구 측과 논의 중으로 알려진다.

계양산의 불법 개농장은 민간인이 땅을 무단 점유한 채 20여년간 운영하고 있어 현재 명도소송이 진행 중이다.

또한 개 농장에 자신의 땅을 임대했던 고신격호 롯데회장과 토지상속인인 현 롯데그룹 신동빈등은 불법 개농장이 운영된데 대해 소극적인 분위기로 전해졌다.

당초 청와대 국민청원과 개 농장에 대한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개들을 살려달라’는 시민들의 민원이 가시화 되자 “남은 개들을 살리고 관리하겠다.”며 인도적인 입장만을 시사했다.

더군다나, 이제 와서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개들을 영구적으로 살릴 돈이 없다’며 관리대책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각자의 이익에만 집중할 뿐, 그 땅에서 나고 자라며, 극심한 고통을 겪고, 급기야 도살돼 왔던 개에 대해 일말의 미안함도 가지지 않고 겨우 살아남은 마지막 개들에 대한 안위조차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같은 실정에 시민단체가 개입해 일이 더 복잡해졌다"며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동일한 주장을 하는 그들의 속내는 결국 개들이 모두 도살장에 팔려가고 빨리 정리되기만을 바랐던 것이 분명하다."고 토로했다. 

오로지 시민들만 애를 태우며, 250여 마리나 되는 개들을 필사적으로 돌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계양산 개농장 개들을 구하고자 결성된 '롯데목장 개 살리기 시민모임'에는 지역시민과 동물활동가, 자원봉사자 등 200여 명이 합류했다.

뜬장 속 개들을 한 마리라도 더 빼 내 입양시키기 위한 1:1 결연 프로그램에는 결연자 약 150여명이 모여 있으며, 점차 참가자 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이미 50마리 이상이 개 농장을 빠져 나가 새로운 삶을 찾기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민모임'은 매일 개들에게 먹이를 공급해 주기 위해 두 달 전부터 관리인력을 투입시켜 개들을 관리하고 있으며, 매주 자원봉사자 수 십 여명을 따로 모아 계양산 개농장을 찾아가고 있다.

계양구청은 8월31일 자로 자진 철거하지 않은 개 농장주를 고발했다. 
롯데측 역시 개 농장주를 압박하기 위해 명도소송을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동물단체도 아닌데 개농장 하나 없애기 위해 이렇게까지 열심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그럴수록 개들의 공간은 위협을 받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시민모임'은 개들이 위기에 처한 현 상황을 다시한 번 알리고 대책마련 촉구를 위해 계양구와 롯데를 지속적으로 찾아갈 계획이다.

철거민들이 주거권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듯, '시민모임'은 그 땅에 살아남은 개들에게도 주거권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호소한다는 방침이다.

18일, 시민모임은 계양구청 앞에 모여 관련 요구안을 담은 호소문을 전달하며, 일부 개농장 개들이 뜬장에서 나와 계양구청장을 직접 찾아 호소문을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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