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은 “해야 할 일 했을뿐…글 남겨주셔 감사해”

<사진=이스타항공 제공>

[권병창 기자] 이스타항공의 베트남 현지 직원이 승객 여동생의 유골함을 편안히 모실수 있도록 배려해 준 후일담이 SNS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며 잔잔한 감동을 주고있다.

“두달전 저를 펑펑 울린 한 항공사의 이야기입니다.
정말, 비행기를 좋아하던 동생이었던터라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비행기 좌석 앞까지 에스코트를 해주시고 다시한번 승무원들에게 제 편의를 봐달라는 말을 전달하고 가셨습니다. 

게다가... 두자리로 알고 있었는데, 무려 세자리를 비워주셔서 정말 너무나 편하게 동생과 함께 올수 있었습니다."

설 명절 황금연휴로 접어든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후일담이 연이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게시물 조회수가 22일 오후 1시 기준 무려 17만여 명을 상회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글쓴이 주모 씨는 베트남 다낭에서 일을 하며 지내던 여동생이 '중증뎅기열'로 인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날아갔지만, 도착한지 24시간만에 홀연히 세상을 떠나게 됐다고 했다.

다행히 대한민국의 영사관과 현지교회(다낭한인연합교회)의 도움으로 간략하게나마 장례식과 화장을 뒤로 후속 진행을 할수 있었다고 게시했다. 

그는 이같은 상황이 두 달 전 베트남 다낭에서 세상을 떠난 동생의 유골함을 들고 귀국하기 위해 예매를 통해 이스타항공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주 씨에 따르면 그가 비행기를 탑승하는 과정에서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옆 좌석을 비워두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등 배려심을 보였다.

주씨는 "(티켓팅 때) 유골함과 함께 탈 예정이라고 했더니 한 여성분(직원)이 오더니 연락을 미리 받았다면서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갈 수 있게 두 자리를 준비하겠다고 하셨다”며 “동생을 계속 품 안에 안고 있어야 하는지라 사실 걱정했는데 너무나 감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쳐>

순조로웠던 티켓팅과는 달리, 베트남 공항 직원들이 진행한 출국심사와 보안검사에서는 정작 불쾌함을 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동생의 유골함을 검색대에 통과시키는데 직원들이 그걸 한참 구경했다”며 “방부처리 및 사망신고서 등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걸 받는 직원은 벌레 만지는 것 마냥 두 손가락으로 겨우 집어서 받았고, 다른 직원들과 돌려가며 구경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말 악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괜히 동생에게 좋을 것도 없겠다 싶어 눈물을 겨우 참고 동생을 더 꼭 끌어안고 게이트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주 씨는 분노했던 마음을 이스타항공 직원들에게 위로 받을 수 있었다.

그는 “한국으로 (관광 왔다가) 돌아가는 어머님들이 많아 시끌벅적 해 비행기에 덜 혼잡할 때 타려고 마음먹고 있었다”며 “한 직원이 다가와서 ‘동생분과 함께 가시냐. 먼저 체크인 도와드리겠다’고 해 감사한 마음으로 먼저 체크인 했다”고 말했다.

주 씨는 체크인을 마치고 비행기 쪽으로 이동하면서 자신을 에스코트해 준 직원과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았다.

앞서 주 씨의 비행기 티켓 발권을 도와줬던 현지 한국인 직원이었다.

"모든 크루원들에게 이야기는 해두었습니다. 
불편하신사항은 언제든지 말씀해주시구요. 
동생분의 마지막 비행을 저희 이스타항공이 함께 할수있어서 매우 영광입니다."

해당 직원은 그에게 “모든 크루원(승무원)들에게 이야기는 해뒀다. 동생분의 마지막 비행을 저희 이스타항공이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라는 위로와 말도 건넸다.

그는 “너무나 감사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보안검색을 통과할 때 느꼈던 그 모든 설움이 녹아지는 듯한 기분이었다”며 “정말 비행기를 좋아하던 동생이었던터라 저 말에 참 많이도 울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해당 직원은 주 씨를 비행기 좌석 앞까지 에스코트를 한 뒤 다시 한 번 승무원들에게 A씨의 편의를 봐달라고 부탁한 뒤 자리를 떴다. 

이스타항공 측은 주 씨를 위해 양 옆 좌석을 모두 비워주는 편의마저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내용에 24일 기준 댓글이 무려 1,500여개를 넘어서고 있다.>

주 씨는 해당 항공편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 또한 뒤늦게나마 잊지 않았다.

그는 “감사 인사가 많이 늦었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그 힘든 마음을 함께 위로해주셔서 힘을 얻고 목 놓아 기다리시던 부모님 품 안에 동생을 안겨 드릴 수 있었다. 너무나 감사하다”고 적었다.

주씨는 “동생과 함께하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비행. 그리고 동생의 마지막 비행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비행기를 이용할 때면 이스타항공 꼭 잊지 않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규정에는 없지만, 재량을 발휘해 주 씨 주변 좌석을 비워두는 등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 씨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배려심을 보인 다낭 현지 직원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승객 분이 많이 슬퍼 보여서 좀 더 신경을 썼다”면서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이렇게 글을 남겨주셔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 역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스타항공과 직원에 대한 칭찬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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