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고문가해자들의 사과라도 받고싶어"

<누나 김순자씨가 당시 삼척고정간첩단의 조작사건에 대해 정부와 고문가담자들의 훈장 서훈을 박탈하고 지금이라도 사과한마디라도 듣고 싶다고 호소했다.>

[국회=권병창 기자/김기노 기자]39년전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삼척고정간첩단 조작사건의 유족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물론 정부와 고문 가담자의 양심어린 사과라도 듣고 싶다고 호소했다.

피해 유족은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지금이라도 정부와 살아있는 당시 고문가담자의 훈장 등 정부포상을 전면 철회하고 상훈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슬퍼런 삼척고정간첩단 조작사건에 연루됐던 김태룡 씨는 국가보안법으로 옥고를 치른 뒤, 2016년 5월 재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병마에 시름하다 지난 16일 사망했다. 

김 씨의 누나 김순자씨는 이날 "고문을 당해 죽거나 후유증을 앓는 사람이 있는데, 가해자들은 훈장을 받았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동생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16일)세상을 떠났다. 끝내 가해자들의 훈장이 취소되는 것을 못 봤다"고 억울해 했다.

유족 김순자(73.사진) 씨는 79년도 6월14일, 강원도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에서 동생 태룡씨 등을 공사 현장에서 강제로 연행한 뒤 전기로 고문당한 후유증은 물론 19년 2개월 동안 옥살이로 수감했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자신의 전 가족을 고정간첩단으로 조작시킨 뒤 친아버지(사형) 친어머니, 작은아버지 등 12명의 진상을 밝히려는게 아니라, 각본에 끼워 맞춰 오로지 간첩단으로 둔갑, 그의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고 상기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살아있는 그 당시 고문 가담자와 정부의 사과 한마디라도 듣고 싶다며 기자회견과 스탠딩 인터뷰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앞서 2014년 12월, 춘천지법 제2형사부(강성수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으로 사형을 선고 받고, 고인이 된 진모씨(당시 50세)와 김모 씨(57),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진씨의 아들(58)과 김씨의 아들(68) 등 8명에 대한 재심 공판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6.25한국전쟁 당시 월북했다 간첩으로 남파된 진 씨의 형에게 포섭돼 지하당을 조직하고, 북한을 찬양·고무하면서 동해안 경비상황과 군사기밀을 탐지했다는 등의 이유로 1979년 8월 기소돼 중형을 선고 받았다.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으로 오명을 남긴 사건에는 당시 강원 삼척 주민 24명이 연루됐으며, 진씨와 김씨의 일가족 12명이 간첩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진씨와 김씨는 1980년 9월 상고심에서 사형이 확정돼, 급기야 1983년 7월 형이 집행됐다.

이들의 아들 2명은 당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고, 다른 가족들에게도 징역 5~10년의 실형이 선고 됐었다. 

세상에 잊혀졌던 이 사건은 당사자와 유가족들의 재심 요구가 이어지면서,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재심 권고가 나온뒤 지난 4월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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