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약 대북제재 대상 제외·필요한 재정지원·전용통로 개설 등

<스티븐 린튼 유진벨재단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북한 내 결핵 사업 확장 관련,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왼쪽부터 린튼 회장, 심재권 의원/사진=김정현 기자>

스티븐 린튼 유진벨재단 회장,17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
대북지원단체 유진벨재단(Eugene Bell Foundation)은 17일 북한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다제내성결핵(MDR-TB·중증결핵) 해결의 인도적 지원을 위해 한국 정부가 앞장설 것을 요청했다.

유진벨재단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위원회에 공식적인 서한을 보내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북한에 지원하는 다제내성결핵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과 물품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토록 요청해 달라"고 제안했다.

'유진벨재단'은 1895년 한국으로 파견돼 서울과 목포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한 유진벨(한국명 배유지) 선교사의 선교사역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4대손인 인세반(Stephen W. Linton) 박사가 대북지원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비영리 민간단체이다.

1995년 미국에서 처음 설립됐으며, 지난 2000년에는 한국 법인이 설립돼 지금에 이른다.

이날 스티븐 린튼 유진벨재단 회장은 “유진벨재단에서 지원하는 약 1,000명의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과 물품이 시간 지체없이 북한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업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면 향후 다른 시민사회기구에 의한 북한지원 인도주의 활동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린튼 회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약 500명의 다제내성결핵 환자가 있는 황해남도에서 결핵 치료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재정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의약품과 병실만 지원해준다면 투명하게 잘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린튼 회장은 "최근 황해남도 지역의 모든 다제내성결핵 환자를 치료하는 시범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북한 보건성과 체결했다"고 상기했다.

그는 "북한의 사업 확대 요청은 결핵 문제를 해결할 좋은 기회이지만, 유진벨재단이 확보한 재원으로는 부족하다"고 재정지원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끝으로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교섭을 통해 인도주의 지원을 위한 전용 통로를 개설하는 데 앞장서기를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뒤이어 ”공기로 전염되는 결핵의 특성을 고려할 때 더 늦기 전에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진벨 재단은 2007년부터 결핵약에 내성이 생겨 일반결핵 치료에 실패한 북한 내 다제내성결핵 환자 치료를 지원해온 민간단체로, 주기적으로 1년에 두 번 북한을 방문해 의료진과 약품 등을 지원해 왔다.
<국회=권병창 기자>

저작권자 © 대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